대학원 생활 1년차 리뷰
- 6 mins대학원 생활 1년차를 마치면서, 여유가 조금 있을 때 정리를 할 필요를 느껴서 정리를 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Tistory 블로그에 정리한 게 12월에 친구랑 일본여행 가서 감성에 젖어 정리한 거였는데, 벌써 9개월이라는 시간이 바람처럼 지나갔다. 그 이후로 9개월동안 크게 변한 것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보면
- 운전 면허를 따서 간단한 주행이 가능하다.
- 첫 1저자 논문을 DATE’23에 붙이고, 벨기에에서 발표했다. -> 혼자 처음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 4월 부터 자취를 처음 시작했다.
- 서울대에서 대학원 첫학기를 수강했다. 처음 조교도 맡았다.
큰 사건들만 추려보았는데, 생각보다 요약해보니까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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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추운 겨울에 땃다. 1종 보통이었는데, 한번에 모두 따진 못했고, 기능시험 한번 떨어졌다… 면허 시험비는 그 당시 월급으로는 조금 부담되는 가격이었는데, 어머니께서 빨리 따면 정말 좋다고 전폭지원해주셨다. 떨어졌을 당시에 내 성격상 너무 한탄스러웠는데, 엄마한테 바로 전화했을때 어머니가 해주신말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이런 사소한 실패에서도 멘탈이 깨지는걸 보면 오히려 잘되었다고, 오히려 이런 사소한 실패로 깨닫는게 있다면 더 좋은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우리 어머니는 참 현명하신 것 같다. 내 삶에서 크게 실패해본적이 많이 없기 떄문에, 기능 시험 떨어졌을 때의 나를 생각해보면 확실히 조금 걱정이 된다. 미리 마음을 단단히하여 필연적으로 찾아올 다음 실패에도 굴하지 않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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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1저자 논문 to DATE’23 정말 천운이 따라주는 것인지 처음 1저자로 제출한 내 논문이 한번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 노력도 노력했지만 운이 동시에 따라주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기분이 좋았다. 당연히 제출 당시 1개월전만해도 학부생이었던 내 능력으로는 부족했지만, 정말 열심히 작성했다. 무엇보다도 재용님이 많이 도와주셨는데, 정말 똑똑하시고 마음씨도 넒은 사람인 것 같다. 교수님도 내 첫 논문이기 때문에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첫 제출이데다가 피곤해서 헛소리도 많이하고, 교수님이 제안해주신 논문 작성 방법 같은 걸 거부하려고하고 그러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귀엽다.. ㅎㅎ 졸업 수업 주제로 처음 시작했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까지 나올줄은 몰랐다. 물론 졸업 수업 당시에 발표할때도 교수님들로 부터 좋은 평가를 받긴 했다. 특히 논문이 붙어서 좋았던 점은 실제 논문이 붙었을 때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내 논문이 발표되는지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던 것인데, 출판을 위한 Camera-ready 하게 논문을 깨끗하게 수정하기도 하고, 국제학회에서 발표하기 위해 발표자료도 철저하게 만들고 이를 벨기에 가서 발표했다. Open-source를 위해 논문에 대한 코드를 업로드하기도 하고, 논문을 쓰고 난 뒤에도 해야할 것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학회 발표는 보통 처음엔 교수님과 함께 간다고 하는데, 교수님이 이번 년도에 갈 학회가 너무 많으셔서 못오셨다. 그래서 오히려 혼자 처음 해외여행을 올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벨기에.. 자체는 좀 별로였다. 볼 수 있는 게 한정적이고 그나마 감자튀김은 맛있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암스테르담은 정말 괜찮았는데, 암스테르담 중심에 있는 공원에 앉아 혼자 크게 울었던게 기억에 크게 남는다. 뭔가 군대 전역하고 나서 자잘한 성공들은 있었지만, 내가 군대 전역하고 3년동안 정말 후회없이 열심히 했던 것에 대해서 인정받는 느낌이 크게 들어서 울었던 거 같다. 논문을 붙어서 이걸로 이미 성공했다라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열심히 한 것은 언젠가 꼭 보상받는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라는 걸 깨달을 수 있어서 내가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식겁할 얘기인데, 유럽 기차에 대한 이해도와 준비가 부족해서 진짜 못돌아올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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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얘기를 안할 수가 없지… 자취 얘기를 안할 수가 없다.. 내가 엄청난 의지력을 가지고 무려 본가가 영등포구청에서 5분거리인데, 자취를 시작했다. 3000에 40정도로 엄청 좋은 방은 아니고, 사는데 전혀 문제없는 (요리 못하는거 빼면..?) 집이다. 장점을 생각해보면, 30분전에 출발해도 문제없을 정도이고 셔틀 잘 이용하면 교통비를 꽤나 아낄 수 있다. 새벽 셔틀이 있어 2시까지 늦춰서 퇴근이 가능하고, 한창 더울때 아니면 걸어서 오고가기도 1시간 정도로 건강해진다는 점도 착안하면 나쁘지 않다. 그리고 혼자 살기때문에, 뭐 안치우고 자거나 밤새 게임을 하거나 늦은 밤에 배달을 시켜먹어도 아무도 뭐라할 사람이 없는것? 장점도 꽤나 많지만, 솔직히 자취는 아마 1년계약으로 마무리 지을 것 같다. 새벽 셔틀이 있는 점을 제외하면 출퇴근이 아예 자유롭지는 않다. 서울대 특성상 기숙사가 아니면 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서 그렇다. 그리고 집에 생각보다 멀지 않다는 것이다. door-to-door를 생각하면 1시간 정도였는데, 30분정도로 줄어서 체감이 진짜 말도안되게 크진 않다. 그리고 원룸 특성상 요리가 힘들다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이 많아서 음식 재료를 막 많이 사둘수도 없고, 상해서 버리는 음식이 절반이다… 그리고 주방도 너무 작아서 요리가 힘들다. 집이 솔직히 작지는 않지만, 이것보다는 더 큰 집에 살 수 있을때 다시 자취를 하면 좋을 것 같다. 더 큰 집에 사려면 돈을 더 많이 모아야할텐데, 자취를 하면서 소비되는 지출이 정말 무시할 수 없다. 40+7(관리비) 씩 매달 이체하다보니 이거 참 무시하기 어렵다… 집에서는 못느꼈지만, 식비도 배달을 주로 먹거나 친구와 외식을 자주하다보니 꽤나 지출이 많다. 그래서 현재까지 자취하는 기간동안 옷을 많이 사거나 헤프게 쓴게 아닌데도, 돈이 전혀 모이지 않는 현상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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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입학 서울대… 이 얘기도 안할 수가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서울대는 공부하기에 확실히 좋지는 않다. 연대에서 확실히 인프라도 훨씬 좋고, 접근성이 좋다보니 서울대에 와서 물리적으로는 잃는게 훨씬 많다. 멀미도 많이 하는 성격이라 산길 버스 타고 가면, 80% 확률로 멀미를 하는데… 이게 참 곤욕이다. 연대에 입학 합격은 하고, 교수님이 갑자기 서울대로 옮기니 그 쪽으로 다시 지원하라는 말을 들었을때가 어제같은데, 벌써 입학하고 1학기가 지났다니 참 신기하다. 입학 준비할 때, 졸업 후에 조금 쉬엄쉬엄하려는 생각과 부딪혀 정말 힘들었다. 이제 좀 안정적으로 대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서울대 입시(물론 진짜 별거 없었지만)를 준비해야한다는 생각때문에 정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따. 뭐 지금은 당연히 잘 다니고 있다. 프방의 경우 너무 과목이 쉬워서 좀 재미가 없긴했는데, 그래도 첫 조교로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매주 2회씩 실습이 있어서 매번 새로 실습자료를 만드는 건 지금 생각해도 진짜 무리였지만, 뭐 한번 고생해보았고 조교도 한번 해보아서 이번에 또 조교를 맡게되었는데,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 1학기 수업은 괜찮았다. 내용도 괜찮고 수업자료도 꽤 퀄리티가 좋아서 공부를 열심히는 안했지만, 얻어가는게 없지 않았다. 성적을 별로였다. 아니 연대에서는 학점을 진짜 잘 준다고 했는데, 서울대는 전혀 아닌것 같다. 완전 상대평가로 딱딱 끊어 주는 느낌이다. 진짜 별로로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학기에 성적으로 반액 받는 거 보고 참… 모두 용서가 됐다 ㅎㅎ
짜잘한 일들도 마저 정리해보면,
- 서울대 옮겨와서 서버 셋팅하느라 시간을 꽤 썼다.
- 3저자로 참여한 논문을 DAC’23에 붙었다.
- 대규랑 교빈이랑 디퓨전 스터디도 한 6번정도 했다.
- 서울대는 왤캐 유익한(ㅎㅎ) 교육들이 많은지, 환경안전, 윤리 등.. 교육듣느라 좀 고생했다.
- 특정 학회들이 요구하는 revision process를 처음 경험해보았다. 결과는 안좋았지만 어떻게 진행하는 지 많이 배웠다.
- 연구실단위에서 가는 컴시소 2023 ( 평창군 용평면 ), KCC 2023 (제주도) 갔다왔다.
- 선배 두명 결혼식도 처음 가봤다. 가족이 아닌, 내 지인 중에 결혼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게 참 신기하다.
- 수영을 시작했다. 9월에 공사때문에 잠깐 쉬긴하지만 나름 꾸준히 가고 재미도 붙인것 같다.
- MacOS로 갈아탔다!
- 2저자 논문 1편을 VLDB’23에 제출했고, reject을 처음 받아보았다.
- 추가적으로 1저자 논문 1편, 2저자 논문 1편을 제출했다.
9개월동안 크고 재밌는 일이 많았네, 아마 대학 생활중에 정신적으로 가장 건강한 상태로 알차게 시간을 보낸 1년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 딱 많이 일들이 정리되고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여유가 있을 때 한번 정리하고 가고 싶었다. 아직 졸업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는 모르는 거지만, 논문 결과도 좋고, 인간 관계도 많이 남아있는 멋진 사람이 되면 좋겠다.
한가지 걱정되는건 1년동안 건강이다. 딱봐도 알겠지만 논문 제출 수도 정말 많고, 개인적인 일도 정말 많았다. 그래서 빡세게 할 때 너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향이 컸다. 대학원 입학전까진 꾸준히 병행하던 헬스도 거의 6개월 넘게 쉬다가 최근에 다시 끊어 시작한 상태이다. 몸이 많이 망가지고 체중도 늘어있는데, 항상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라는 것 잊지말고 오늘 개강 기념으로 9-6 잘 지키면서 건강한 대학원 생활을 하는 것이 그 다음 2년차의 목표이다!